
30년 지기 벗과 20여 년 전의 스승님
지난주, 내 삶에서 소중한 두 사람과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분은 제2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는 중학교 시절 선생님이었고, 또 한 사람은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함께 다닌 30년 지기 친구였다. 생각해보면 참 신기한 인연이다. 30년이라는 긴 세월을 함께한 친구와는 지금도 같은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중학교 시절 우리를 가르쳐주셨던 선생님께서 우연히 우리 교회에 오시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같은 공간에서 만나게 되었다. 당시 우리는 시골에 있는 작은 중학교에 다녔다. 학생들과 선생님 사이의 거리가 가까웠고, 학교생활 역시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다. 그중에서도 그 선생님은 내게 특별한 분이었다. 심적으로 많이 흔들렸던 시절, 나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신 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선생님을 제2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로 생각한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인연은 이어졌다. 나는 매년 스승의 날이면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나를 가르쳐주신 선생님들께 감사의 문자를 보내고 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안부를 주고받았지만, 이제는 같은 교회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신기하게 느껴진다. 과거에는 교실에서 선생님과 제자로 만났는데, 지금은 어른이 되어 같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추억을 나누던 자리가 꿈을 이야기하는 자리로
그러던 중 선생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식사하고 싶다는 말씀을 전하셨다. 그렇게 친구와 함께 자리를 마련했다. 우리는 고향 동네로 향했다. 오랜만에 선생님과 친구가 함께한 점심 식사였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카페로 자리를 옮겨 차 한 잔을 나누었다. 자연스럽게 학창 시절의 추억이 하나둘 떠올랐다. 어린 시절 같은 학교에서 생활하던 우리가 어느덧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어른이 되었다.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는 과거에만 머물지 않았다. 지금 나와 친구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삶을 꿈꾸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께서는 인생의 선배로서 여러 조언을 전해주셨다. 그 말씀을 들으며 학창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그때도 선생님께서는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시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셨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는 선생님께서도 자신의 꿈을 이야기해주신다는 사실이었다.
교학상장, 스승과 제자가 함께 성장한다는 것
선생님께서는 은퇴 후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글을 쓰고 계셨다. 그리고 작가라는 새로운 꿈에도 도전하고 있다고 하셨다. 내가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던 선생님께서는 뜻밖의 말씀을 전하셨다. ‘교학상장(敎學相長)’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서 스승과 제자가 함께 성장한다는 뜻이다. 선생님께서는 글쓰기 분야에서는 오히려 내게 배우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묘한 감정이 들었다. 한때 나를 가르쳐주시던 선생님께서 이제는 내게 배우고 싶다고 말씀하시다니. 물론 나는 아직 누군가를 가르칠 만큼 글쓰기에 능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일상의 경험과 생각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선생님의 말씀에서 배움을 대하는 겸손한 자세를 느낄 수 있었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여도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마음. 그 마음이 참 멋지게 느껴졌다. 동시에 나 역시 그런 자세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흔히 스승은 가르치는 사람이고 제자는 배우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서로의 경험이 쌓이면 그 관계에도 새로운 모습이 생겨나는 것 같다. 스승에게 배웠던 제자가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스승은 제자의 이야기를 통해 또 다른 배움을 얻는 것. 그것이야말로 교학상장이 가진 의미가 아닐까.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그날 우리는 서로의 꿈을 이야기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생각을 나누었다. 누군가는 조언을 건네고, 누군가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배움이 되었다. 문득 생각했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언제까지 이어지는 것일까?’ 어쩌면 학교를 졸업했다고 해서 가르침이 끝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교실에서 시작된 인연은 졸업과 함께 형태가 달라질 수 있지만, 서로를 향한 존중과 배움의 마음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나에게 선생님은 여전히 스승님이시다. 과거에 나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셨던 분이자, 지금도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가르쳐주시는 분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새로운 꿈에 도전하는 모습을 통해 또 하나의 배움을 전해주셨다. 은퇴 후에도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글을 쓰고, 작가라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 그 자체가 내게는 하나의 가르침이었다. 배움에는 정해진 나이가 없고, 꿈을 향한 도전에도 반드시 정해진 시기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오랜 벗이 함께한다는 것
그날의 자리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 사람은 30년 지기 친구였다. 유치원에서 시작해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함께 다녔던 친구. 어린 시절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던 우리는 어느덧 각자의 삶을 책임지는 어른이 되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오랜 친구의 소중함은 단순히 함께한 시간이 길다는 데에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서로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 지나온 시간을 알고 있으며, 지금의 삶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데에 있지 않을까. 그날 선생님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의 나를 알고 있는 두 사람이 지금도 내 곁에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과 함께 앞으로의 삶과 꿈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참으로 귀한 시간이었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내 삶에서 올바른 방향을 찾도록 도와주었던 스승은 누구인가?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소중하게 이어가고 있는 인연이 있는가?
나는 나이와 경험에 관계없이 다른 사람에게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는가?
훗날 소중한 사람들과 다시 만난다면 어떤 꿈과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가?
결국 사람은 사람을 통해 성장한다
30년 지기 친구와 20여 년 전의 스승님.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다시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삶과 꿈을 이야기했다. 그날의 만남은 단순히 옛 추억을 떠올리는 자리가 아니었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해 마음을 다잡는 시간이었다. 특히 선생님께서 전해주신 교학상장이라는 말씀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과거에는 내가 선생님께 배웠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경험한 작은 이야기들도 선생님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서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감사했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에는 수많은 사람이 찾아온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인연도 있고, 오랜 세월 곁을 지켜주는 인연도 있다. 그중 어떤 사람은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스승이 되고, 어떤 사람은 긴 시간을 함께 걸어가는 벗이 된다. 그리고 때로는 서로가 서로에게 스승이 되어주기도 한다. 카페에서 나눈 차 한 잔과 수많은 이야기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훗날 또다시 함께 마주 앉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오늘 이야기했던 꿈들이 어떻게 이어졌는지 서로 들려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선생님께서는 작가라는 꿈을 향해 어떤 걸음을 걸어오셨는지, 나와 친구는 각자의 자리에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렇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또 하나의 배움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스승에게 배우고, 벗과 함께 걸으며, 때로는 서로의 스승이 되어주는 삶. 그런 소중한 인연이 내 곁에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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